가. 감항능력주의의무(상법 제787조[=> 제794조]) //
(1) 의의
해상운송인은 해상물건운송계약의 이행을 위하여 선박이 발항 당시 항해 중에 당할 염려가 있는
통상의 위험 내지 장애를 극복하고 운송물을 안전하게 목적향까지 운반하는 데 적합한 상태로 유지시키기 위한 상당한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즉, 운송인은 ①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게 할 것(제1호 : 협의의 감항능력 또는
선체능력), ② 필요한 선원의 승선, 선박의장과 필요품의 보급(제2호 : 운항능력), ③ 선창, 냉장실 기타 운송물을 적재할 선박의 부분을
운송물의 수령, 운
송과 보존을 위하여 적합한 상태에 둘 것(제3호 : 감하 또는 감화능력) 등의 의무를 진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1995. 9. 29. 선고 93다53078 판결은, 통상의 해상위험을
사실상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감항능력이란, 언제나 선체나 기관 등 선박시설이 당해 항해에 있어서 통상의 해상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물적
감항능력)을 구비함과 동시에 그 선박에 승선하고 있는 선원의 기량과 수에 있어서도 그 항해에 있어서 통상의 해상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상태(인적 감항능력)에 있어야만 완전히 갖추어 진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운송인이 항해상의 과실로 면책되기 위해서는 먼저 감항능력주의의무의 이행이 전제된다는 점에서 이
의무는 우선적, 기본적, 최소한도의 의무이다. 따라서 항해상의 과실을 비롯한 법정면책사유나 기타 면책약관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감항능력주의의무의
불이행이 있으면 운송인은 법정면책을 주장할 수 없으며, 당사자간의 특약으로도 면책이 인정되지 아니한다(상법 제790조[=> 제799조]
제1항).
감항능력주의의무의 시기에 관하여 상법은 발항 당시를 표준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선적개시시로부터 출항시까지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발항 후 항해 중에 불감항의 상태가 야기되고 곧바로 이를 회복할 수 있었음에도 그대로
항해를 계속한 경우에는 운송인의 적하에 대한 계속적 주의의무 위반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감항의무위반으로는 되지 않는다.
(2) 감항능력주의의무위반이 인정된 구체적인 사례
선박은 약정된 항해에서 통상 예견되는 황천(荒天) 기타 기상 이변에 대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므로 항해하는 선박이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정도의 돌풍이나 삼각파도에 의하여 선체 자체의 손상이나 인명피해 없이 화물창구 덮개의 일부만이
파손되었다면 발항 당시 선박이 불감항의 상태에 있었다고 본다(대법원 1998. 2. 10. 선고 96다45054 판결).
선박의 출항당시 관할 항만 당국으로부터 취직공인을 받은 선장이 승선하지 아니한 사실을
선박소유자가 알지 못하였으며, 보수교육을 받지 아니하여 어로장으로서의 취직공인마저 받지 못한 어로장이 위 선박의 항해를 지휘하다가 그 항해상의
과실로 사고를 일으켰다면, 비록 그 어로장이 선장과 동종의 해기면장을 보
유하고 있었더라도 위 선박은 출항 당시 인적 감항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89. 11. 24. 선고 88다카16294 판결).
바다를 예정된 항로를 따라 항해하는 선박은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위험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한 선체를 유지하여야 하므로, 발항 당시 감항능력이 결여된 선박을 해상운송에 제공한 선박소유자는 항해 중 그 선박이 통상 예견할 수 있는
파랑이나 해상 부유물(원목)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되어 침몰되었다면, 불법행위의 책임조건인 선박의 감항능력유지의무를 해태함으로써 운송물을
멸실케 한 과실이 있다(대법원 1985. 5. 28. 선고 84다카966 판결).
선박의 선창 밑에 설치된 유조탱크와 갑판 사이의 제3번창의 기주에 직립으로 부착하여 시설한
유류검량관에 생긴 틈과 구멍으로 새어나온 기름에 운송물이 오염되어 훼손된 경우에 있어서, 선박이 선적항을 발항하기 이전부터 위 검량관의
파손부위가 이미 낡아 있었고, 항해중의 강풍과 풍랑에 의한 선박의 동요로 인하여 위의 틈으로부터 기름이 새어 나왔다면, 발항 당시 선박소유자가
상당한 주의로써 세밀히 검량관의 노후 여부를 조사하였더라면 이를 발견하여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선박소유자는 감항능력에 관한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할 수 없고, 위와 같은 사고는 항해상의 과실이나 불가항력으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76. 10. 29. 선고
76다1237 판결).
(3) 입증책임
운송인에게 있음이 규정상 병백하다. 그러나 감항능력주의의무위반 여부가 화주의 주장에 의하여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운송인이 매 사건에서 자신이 광범위한 모든 문제에 관하여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일일이 주장하고 입증할 필요는 없다.
실제 운송인을 면책한 판결을 보면 감항능력주의의무가 문제가 된 사안이 아닌 한 이에 관한 설시가 없는 것이 보통이다.
감항능력주의의무 위반이 구체적인 쟁점으로 된 경우 입증책임의 범위에 관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상법의 규정형식이나 조문체계, 화주 측의 입증곤란 등을 고려한다면, 손해배상 청구권자는
운송물이 양호한 상태로 선적되었으나 멸실·훼손·연착 등 다른 상태로 양하되어 손해가 발생한 사실 및 그로 인한 손해액을 주장·입증할 책임을
지고, 이에 대하여 운송인은 면책을 위하여 선박이 발항시에 감항상태에 있었다는 것 또는
불감항이었다 하더라도 감항상태를 갖추기 위해서 운송인 또는 그 이행보조자가 상당한 주의를 다하였다는 것, 선박의 불감항사실과 손해와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발항시 선박이 불감항이었다고 하더라도 손해가 그 불감항으로부터 생긴 것이 아님을 운송인이
증명할 수 있다면 운송인은 감항능력주의의무위반에 의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마찬가지로 발항시 불감항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불감항이 손해 발생
전에 보정되었다면 손해는 불감항으로부터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운송인은 모든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불감항과실로 인한 손해의
부분에 대하여만 책임을 진다. 그러나 불감항과실과 면책사유가 중첩적으로 전손해발생과 인과관계에 있으면 모든 손해를 배상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상법 제706조 제1호는 "선박 또는 운임을 보험에 붙인 경우에는 발항 당시 안전하게
항해를 하기에 필요한 준비를 하지 아니하거나 필요한 서류를 비치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생긴 손해에 대하여 보험자는 손해와 비용을 보상할 책임이
없다"라고 규정하여 선박보험과 운임보험에 있어서는 보험자의 면책사유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보험자가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할 때에는 반대로
면책을 주장하는 보험자 측에서 감항능력의 부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을 진다. 청구권원의 종류에 따라 입증책임의 소재가 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소송의 상대방이 운송인이냐 보험자이냐에 따른 불가피한 것이므로 상호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상법 제706조 제1호는 선박 또는
운임을 보험에 붙인 경우의 보험자 면책에 관한 규정이므로 적하를 보험에 붙인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86. 11. 25. 선고
85다카257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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