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재정기간
가. 의의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에 있어서, 적시제출주의와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의 각하만으로는 당사자의 협조와
법원의 적극적인 소송지휘를 기대하기 힘들다. 과거의 실무관행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이 실기한 것인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명확하지는 아니한 관계로 법원으로 하여금 그것을 각하하는 것을 망설이게 하는 측면이 있었다. 따라서 2002년 개정 민사소송법은 재판장이
준비서면의 제출기간을 정할 수 있는 제도(개정전 민소 247조 2항)를 확대하여, 재판장이 사전에 공격벙어방법의 제출기간을 정하고 이 기간을
넘기면 각하할 수 있도록 하였다(민소 147조).
적시제출주의의 원칙을 관철함에 있어서 핵심을 이루는 제도라고 할 수 있는바, 사전에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 개별적인 사정을 반영하여 그 제출기간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협조를 기대할 수 있고, 법원으로서도 그 각하에 있어서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할 것이다. 특히 특별한 이유 없이 제출기간을 넘긴 공격방어방법을 받아들이는 것은 상대방 당사자의 소송절차에 대한 신뢰를
해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재정기간의 활용을 고려할 수 있는 구체적인 예로는 ① 서면공방 단계에서 제출기한을 넘긴 사례가
여러 번 있거나 준비서면 제출촉구 또는
입증촉구에도 불구하고 주장을 제출하거나 증거를 신청하지 아니하여 쟁점정리기일을 지정한 경우,
② 쟁점정리기일에 새로운 주장 또는 증거를 제출하겠다고 하는 경우, ③ 집중증거조사기일에 새로운 증인을 신청하는 경우, ④ 주장의 제출이나
증거의 신청에 특별한 장애요인이 없어 보이는 데에도 이를 지연하는 경우, ⑤ 건물인도청구소송 등 신속한 절차진행이 필요한 사건의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나. 요건
(1) 미리 특정한 사항에 관한 제출기간을 정할 것
재판장은 특정한 사항에 관하여 주장을 제출하거나 증거를 신청할 기간을 정하여야 한다. 특정한
사항이란 대여금의 지급방법, 해제의 의사표시의 도달 등과 같이 가급적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주장의 제출과 증거신청 중 어느 것에
관한 것인지, 또는 모두에 관한 것인지도 명확히 하여야 한다.
제출기간을 정하는 사항의 성격을 감안하여 한쪽 당사자에 대하여서만 이를 정할 수도 있고, 양쪽
당사자에 대하여 정할 수도 있다. 다툼이 있는 사실주장에 관한 증거신청과 같은 것은 양쪽 딩사자에 대하여 제출기간을 정함이 상당하고, 주로 한쪽
당사자가 추가적인 주장이나 입증을 바라는 경우 등에 있어서는 그 당사자에 대하여서만 제출기간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적당한 제출기간이 어느 정도의 기간인가에 관하여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고, 사건마다 그
사항의 성격과 소송상 중요성, 공격방어방법의 정리와 제출에 소요될 시간 등을 고려하여 정하게 될 것이다. 이 기간은 제출의 제한임과 동시에 그
당사자에게 허용된 유예기간으로서의 성격도 갖게 되므로(그 기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각하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임), 지나치게 길게 정한다면
제출기간을 정하지 아니함만 못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2) 당사자의 의견을 들을 것
제출기간을 정하기 전에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하도록 하거나,
기일에 말로 의견을 듣거나 상관없다. 제출기간을 정함이 상당한지, 정한다면 그 기간은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등에 관한 판단을 하기 위하여는
가급적 변론(준비)기일에 말로 의견을 묻고 듣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당사자가 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경우에 제출기간에 관한 의견을 듣기
위하여 새로 기일을 정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할 것이다.
재판장이 당사자의 의견에 구속받지 아니함은 당연하지만, 당사자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하여서는
당사자의 사정을 적절히 감안하여야 할 것이다.
(3) 재판장등이 제출기간을 정하고 그 재판이 당사자에게 고지될 것
제출기간을 정하는 주체는 변론절차에서는 재판장이고, 변론준비절차에서는 그 진행을 담당하는
재판장, 수명법관 등이다.
재판장등이 제출기간을 정한 다음 그러한 취지가 기록에 표시되어야 한다. 그 방법은 별도의
명령서의 형식으로 작성될 수도 있고, 조서에 그러한 취지를 적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석명준비명령에 이러한 내용을 포함하는 방식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인데, 그 명령 전에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는 팩스 등 간이한 방법으로도 가능할 것이다. 이 경우 예컨대, '피고는 피고와 갑 사이의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는 점에 관한 증거를 20ㅇ. ㅇ. ㅇ.까지 신청하여야 한다'와 같이 재정기간의 적용 대상과 그 기간을
명확하게 특정할 필요가 있다.
이 재판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제출기간이 제한되는 당사자에 대하여 고지되어야 한다. 기일에 말로
고지하거나 별도로 명령서나 조서등본을 송달하는 방법으로 고지할 수도 있다. 기일외에서 제출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당사자에게 석명준비명령을 하면서
특정한 석명사항에 관하여 제출기간을 정하는 방식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에는 고지하는 기간
이 민사소송법 147조 1항의 규정에 따른 재정기간이며, 그 기간을 넘긴 때에는 주장을
제출하거나 증거를 신청할 수 없다는 취지의 안내 및 경고 문구를 삽입하여 당사자나 대리인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입는 일이 없도록 배려함이
상당할 것이다.
제출기간이 고지되지 아니하였다면 그 기간이 지났음을 이유로 각하할 수는 없겠지만,
적시제출주의를 어겨 실기하였음을 이유로 하여 각하하는 것은(민소 149조) 여전히 가능할 것이다.
(4) 정당한 사유에 관한 소명이 없을 것
제출기간을 넘겨서 공격방어방법을 제출한 당사자가 그 기간을 넘긴 것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가
있었음을 소명한 경우에는 각하할 수 없다. 제출기간을 정하기 위하여 당사자의 의견을 들을 때 당사자가 알고 있는 모든 사정을 말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 당시에 이미 발생한 사정으로서 법원에 알리지 아니한 것이라도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제출기간이 상대적으로 단기간이었다면 정당한 사유의 범위가 넓을 것이고, 장기간이었다면 그
범위도 좁게 보아야 할 것이다.
다. 절차
위 요건을 충족하는 때에는 법원이 별도로 어떠한 결정을 할 필요 없이 당사자는 재판장이 정한
특정한 사항에 관하여 주장을 제출하거나 증거를 신청할 수 없다(민소 147조 2항). 다만, 제출기간이 도과한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가 뒤늦게
주장을 제출하거나 증거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각하하는 취지의 결정서를 작성하거나 조서에 기재하고 당사자에게 고지할 필요가 있다. 그 결정의 예시는
'민사소송법 제147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의 재감정신청을 각하한다' 등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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