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절 기피
1. 의의
'기피(忌避)'라 함은 제척이유 이외에 법관에게 재판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 당사자의 신청을 기다려 그 법관을 직무집행으로부터 제외시키는 제도이다. 따라서 기피의 재판은 제척의 재판과 달리 형성적 재판에 해당한다.
2. 이유
제척이유를 제외한 다른 이유로서 재판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
정이 기피의 이유에 해당한다(민소 43조 1항).
형사소송에서는 제척원인이 규정되어 있을 뿐 제척신청제도는 존재하지 아니하고 당사자가 제척원인을
주장하는 경우에도 기피신청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형소 18조), 민사소송에서는 이와 달리 제척이유 이외의 이유만이 기피신청의 이유가 된다.
기피이유는 통상인의 판단으로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로 보아 불공정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될 만큼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만을 의미하며 당사자가 불공평한 재판이 될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만한
당사자의 주관적인 의혹만으로는 기피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재판장의 소송지휘에 관한 당사자의 불만, 소송당사자 일방이 재판장의 변경에
따라 소송대리인을 교체한 것(대법원 1992. 12. 30.자 92마783 결정), 법관이 다른 당사자 사이의 동일한 내용의 다른 사건에서
당사자에게 불리한 법률적 의견을 표시한 것(대법원 1993. 6. 22.자 93재누97 결정) 등은 기피이유가 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3. 절차
가. 신청
(1) 법관에 대한 기피는 그 이유를 밝혀 신청하여야 하며, 합의부의 법관에 대한 기피는 그
합의부에, 수명법관·수탁판사 또는 단독판사에 대한 기피는 당해 법관에게 신청하여야 한다(민소 44조 1항). 신청은 서면 또는 말로 할 수
있다(민소 161조).
(2) 기피의 이유와 소명방법은 신청한 날부터 3일 이내에 서면으로 제출하여야 한다(민소
44조 2항). 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소명방법은 제출이 허용되지 않는다. 기피의 이유가 당해 법원의 사건기록상 명백한 사항, 즉, 법원에 현저한
사실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에는 기피신청인은 그 사실을 달리 소명할 필요는 없다(대법원 1988. 8. 10.자 88두9 결정).
(3) 신청의 시기에 관하여는 제한이 있다. 만약 당사자가 법관을 기피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본안에 관하여 변론하거나 변론준비기일에서 진술을 한 경우에는 기피신청을 하지 못한다(민소 43조 2항).
(4) 기피신청이 있을 경우에는 신청사건으로 전산입력하고, 기록은 별도의 표지를 붙여 따로
만들되 본안소송기록에 첨철하여야 한다(인지액·편철방법예규). 말로 신청한 경우에는 그 신청을 기재한 조서의 원본 또는 등본(본안의 변론조서에
신청을 기재한 경우)을 그 기록에 철하여야 한다.
나. 신청과 본안절차의 정지
(1) 기피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신청에 대한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본안소송절차를 정지하여야
한다(민소 48조 본문). 다민,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① 종국판결의 선고(민소 48조 단서)
기피신청이 있더라도 종국판결의 선고는 할 수 있으므로, 변론종결 이후에 기피신청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무시하고 판결을 선고하여도 위법이 아닐 뿐 아니라(대법원 1993. 11. 9. 선고 93다39553 판결), 그 판결선고에
뒤이은 항소 제기와 항소심의 소송절차를 정지하지 아니하여도 위법이 아니다(대법원 1966. 5. 24 선고 66다517 판결).
② 긴급을 요하는 행위(민소 48조 단서)
긴급을 요하는 행위라 함은 그 행위를 지연하면 상대방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되는
행위를 말한다. 예컨대 증거보전행위, 멸실의 염려가 있는 증거조사의 시행, 집행정지명령, 가압류·가처분의 발령 등이다.
③ 기피신청이 각하된 경우(민소 48조 단서)
뒤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이 분명한 소송지연의 목적 또는 기피신청의 방식위배 등을 이유로
기피신청이 각하된 경우를 말한다.
(2) 소송절차를 정지하여야 할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소송행위를 한 경
우에 있어서 후에 기피의 결정이 있으면 그 소송행위는 위법하게 된다. 반대로 후에
기피신청기각결정이 있은 때에는 흠이 치유되어 적법하게 된다(대법원 1978. 10. 31. 선고 78다1242 판결).
다. 재판
(1) 기피신청을 받은 법원 또는 법관에 의한 각하결정
기피당한 법관이 재배당 등으로 그 사건에 관하여 직무를 집행할 수 없게 된 경우, 민사소송법
48조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본안사건에 대하여 종국판결이 선고된 경우에는 기피신청을 유지할 이익 내지 목적이 없게 되어 기피신청을 각하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9. 27.자 93마1184 결정)
한편 기피권의 남용을 막기 위하여 다음의 경우에도 기피신청을 받은 법원이나 법관 스스로가
결정으로써 신청을 각하하여야 한다.
① 신청이 민사소송법 44조의 규정에 어긋난 경우(민소 45조 1항 전단)
예컨대 이유를 밝히지 않고 기피신청을 하였거나 소정기간 내에 소명방법을 서면으로 제출하지
않았거나 수명법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당해 법관 아닌 소속 합의부에 대하여 한 경우 등이다.
② 신청이 소송의 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분명한 경우(민소 45조 1항 후단)
재판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법관을 기피할 권리가 보장되는 것으로서 당사자는
이러한 기피권을 성실하게 행사할 의무(민소 1조)가 있기 때문에 소송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기피권 행사는 신의칙에 위반된다. 예컨대 새로운
기피이유가 없음에도 기피신청을 반복하거나 재판장의 소송지휘에 관한 주관적 불만을 기피이유로 비약시켜 기피신청을 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2) 합의부에 의한 재판
① 의견서의 작성
기피를 당한 법관은 그 기피신청이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각하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기피신청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여야 한다(민소 45조 2항). 실무상 그 의견은 극히 간단히 추상적으로만 기재하여 기피신청기록에
편철하는 것이 보통이다. 법관기피신청사건에 있어 민사소송법 45조 2항의 규정에 따라 기피신청을 당한 법관의 의견서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하고,
46조 2항 단서의 규정에 따른 같은 법관의 의견진술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2. 12. 30.자
92마783 결정).
② 담당재판부의 결정
기피신청의 당부에 대한 재판은 기피신청을 당한 법관의 소속 법원 합의부에서 결정으로
재판하는데(민소 46조 1항), 기피신청을 당한 법관 자신은 이 재판에 관여하지 못한다(2항). 따라서 합의부가 여러 개인 법원에서는 A 합의부
법관에 대한 기피신청사건의 담당은 B 합의부라는 식으로 사무분담을 아예 정하여 놓는 경우가 많다. 만약 기피신청을 당한 법관을 제외하고는
소속법원이 합의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바로 위의 상급법원(조직법상 의미)의 합의부가 담당하게 된다(3항). 따라서 지방법원 지원의
경우에는 고등법원이 아니라 지방법원 본원이 바로 위의 상급법원에 해당한다.
기피신청을 이유 있다고 하는 재판의 주문례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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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지방법원 2004가합ㅇㅇ 대여금청구사건에 관하여 판사 ㅇㅇㅇ에 대한 기피는 이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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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불복
기피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결정에 대하여는 불복할 수 없다(민소 47조 1항). 오로지
기피신청의 각하결정(민소 45조 1항) 또는 기각결정(민소 46조 1항)에 대하여만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민소 47조 2항). 각하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에는 집행정지의 효력이 없고(민소 47조
3항), 원심법원은 즉시항고에 관계없이 소송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소송 촉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이 점에서 기각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의 경우와 구별된다.
기피신청의 대상이 지방법원 항소부 소속 법관이고 소속 법원의 다른 합의부에서 기피신청을
기각하여 즉시항고가 제기된 경우, 그 즉시항고의 성질을 제1심 법원의 결정에 대한 불복으로 보아 불복신청의 관할법원이 고등법원이라는 견해와
항고법원의 결정에 대한 불복으로 보아 그 관할법원이 대법원이라는 견해가 대립하나, 실무례는 대법원의 관할로 보아 처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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